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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백수/해외영화

위험한 이웃, 믿고 싶지 않은 범죄 실화




오늘 소개하려는 <위험한 이웃 Abducted in Plane Sight>은 가장 최근에 보고 며칠째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충격적인 다큐이다.


제목 : <위험한 이웃>(Abducted in Plain Sight)(2017) 

감독 : 스카이 보그먼 / 출연 : 잰 브로버그, 메리 앤 브로버그, 밥 브로버그

소개 : 12살 소녀가 납치됐다. 그러나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착하고 친절한 아저씨, 다정한 이웃이자 가족의 절친한 친구였던 옆집 남자가 범인일 줄은. 두 얼굴의 소시오패스에게 두 번이나 납치된 소녀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    

(출처 : 넷플릭스, imdb)

 

믿고싶지 않은 범죄 실화

  <위험한 이웃>은 아직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지 며칠 되지 않았다.(제작은 2017년에 되었는데 넷플릭스 스트리밍은 지난 1월에 시작) 그리고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사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사건의 요약만으로도 너무나 충격적이다.
  어린 여자아이가 이웃집 페도파일에게 한번도 아니고
번 납치되었다니? 그런데 막상 시청해보니 충격적인 내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솔직히 이 다큐는 시청을 쉽게 권할 수 없다. 다 보고 나면, 예상한 것을 훨씬 웃도는 불쾌감과 분노와 혼란이 남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은 아동을 대상으로 치밀하게 계획되었고 몇년이나 자행된 성폭력, 납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아래에 정리한 것은 이 사건에 대한 아주 간략한(실제 사건에 비하면 정말 아주 간략한 요약이다) 요약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쾌할 수 있으니 감수하고 읽어주시길 바란다. 



완벽하게 화목한 가정, 행복한 마을

  잰 브로버그는 1974년 당시 12살로, 미국 아이다호 주 작은 마을에 부모님, 두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었다.
  잰의 부모님은 밥과 메리앤이고, 이들은 평범하고 단란한 가족이었다고 한다. 

(사진에서 왼쪽 위가 잰, 아랫줄 양쪽이 각각 메리앤과 밥.)

  그러던 어느 날 로버트 버치톨드라는 사람이 부인 및 아이들과 함께 브로버그 가족의 옆집으로 이사 왔다. 버치톨드는 친근한 매력이 있는 사람이었으며, 교회의 독실한 신자였고, 이웃들 대부분이 그를 아주 좋은 사람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버치톨드가 모두에게 감추고 있던 것은 자신이 소아성애자라는 사실이었다. 버치톨드(이하 '범인')는 이웃 브로버그네 가장 큰딸인 잰과 매우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둘이 저러고 있는 사진이 다큐에서 엄청 많이 나온다. 잰과 범인이 얼굴을 너무 딱 붙이고 있는 게 불편해서 가렸다.)

어린 소녀가 이웃 아저씨에게 납치당하다 

  첫번째 납치는 범인이 잰을 데리고 잠깐 집 근처 목장에 놀러가겠다고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잰의 부모는 며칠 뒤(!) 실종 신고를 했다. 그렇지만 정황을 들은 FBI가 이것은 단순 실종이 아니라 범인에 의한 고의적 납치 사건이라고 납득시키기 전까지는 범인이 잰에게 나쁜 마음을 먹었을 것이라 믿지 않았다. 

  한편 범인은 잰을 자신의 캠핑카에 태워 멕시코로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잰과 법적으로 혼인 신고를 했다. 12살 소녀와 40살짜리 남자가 말이다. 당시 멕시코에서 법적으로 결혼 가능한 연령은 12살이어서 가능했던 일이다.(지금은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고 한다...)


외계로부터의 임무  

  멕시코로 납치되고 심지어 혼인신고까지 올리는 동안, 잰은 지속적으로 범인에게 세뇌를 당하고 있었다. 

  범인은 약을 먹여서 정신이 혼미한 잰에게 미리 녹음된 테이프를 들려주었다. 
  테이프에서 '외계인'은 잰에게 '너는 외계인과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다. 너에게는 임무를 수행해서 지구를 구할 의무가 있다. 적당한 짝을 만나 아이를 만드는 것이 너의 임무이다. 이것을 수행하지 않으면 너의 가족들이 죽고 지구가 멸망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부모와 떨어진 낯선 곳, 약에 취해 혼란한 정신 상태, 게다가 아직 사리분별을 분명히 하기엔 너무 어린 12살의 나이였던 잰은 이 상황을 의심없이 받아들였다. 


  범인은 잰에게 너와 나는 함께 외계인이 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범인은 공포에 놓인 잰이 당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결국 잰은 범인이 시킨대로 수 차례의 성관계를 맺게 되었다. 게다가 잰은 자신이 그 임무를 수행하지 않으면 외계인의 경고대로 자신의 가족들이 다칠 것이라는 공포로 떨고 있었다. 


납치범 고소를 취하한 부모들

  범인은 멕시코에서 잡혔다. 잰은 부모들의 품으로 돌아갔고, 범인은 미국으로 이송되었다.

  하지만 잰은 부모들에게 자신이 왜 범인과의 혼인에 동의했는지, 범인과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경찰과 가족에게 사실대로 말하지 않았다.
  범인이 잰에게 자신이 외계인을 다시 만났으며, 외계인들이 만약 잰이 자신과의 '임무'를 누구에게라도 말하거나, 자신 외의 다른 남자와 접촉할 경우 잰의 동생의 눈이 멀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하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잰과 가족들은 인터뷰를 통해, 잰이 멕시코에서 돌아온 뒤로 이 '임무' 때문에 얼마나 가족들과 멀어졌고 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는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분명 여기까지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내가 보고 들은 범죄 사건 이야기 탑쓰리 안에 들고도 남는
다.
  (이 시점에서 남은 플레이 시간을 확인하고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이제까지의 일로도 모자라서 무슨 일이 더 벌어지길래 아직도 이만큼이나 남았단 말이냐...) 

  
그러나 이후의 전개는 더 믿을 수 없었다............

  잰의
 
부모들이 납치범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형사 재판에서도 증언을 하지 않기로 범인의 변호사와 계약서까지 작성해버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범인이 다시 잰의 주변을 맴돌다가 두번째 납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부모들이 그런 계약을 한 이유는...


범인은 소녀의 부모 각각과 불륜 관계를 맺은 적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고소를 취하해주지 않으면,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겠다고 이 부모들을 협박하기 시작했다. (그 협박은 범인의 아내가 직접 했다고 한다... 왓더뻑이냐 참말로) 

  범인은 납치죄로 기소되었고(잰이 범인과의 성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기 때문에 납치 죄목만 적용되었던 상황) 최소 5년 이상 감옥에 갇혀 있어야 했는데 잰의 부모들이 기소를 취하하는 동시에 법정 증언을 포기하면서 재판 진행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범인은 불과 10일만에 감옥에서 나오게 되었다. 

범인이 부모들 각각과 그런 관계를 맺은 것은 결국 잰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기 위해 지속적으로 계획된 작업의 일환이었다고 이 가족들은 인터뷰에서 말하고 있다. 


두번째 납치가 일어나다. 


  잰은 여전히 외계인의 메세지를 사실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범인과의 '임무'를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모의 눈을 피해 범인과 계속 만났다. 그것이 잰에게는 가족을 구하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범인은 지속적으로 잰에게 연인처럼 때로는 아빠처럼 따뜻하고 사랑스럽게 대했다고 한다. 결국 잰은 자신이 범인을 '사랑'한다고 스스로 믿게 되었다. 동시에 가족들과는 점점 멀어지게 되고, 불화가 심해졌다.

  결국 16세가 되던 해 잰은 쪽지를 하나 남겨두고 집을 나갔다.   

  부모들은 범인에게 잰의 행방을 아느냐고 물었다. 당시 범인은 첫번째 납치 이후 근무지를 옮겨 다른 도시에 살고 있었다. 
  FBI 역시 범인을 의심했다. 하지만 범인은 계속해서 잰의 실종과 자신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물론 그것은 거짓말이었고, 잰의 '가출'은 범인의 심리적 조종에 의한 것이었다범인은 집을 나온 잰을 만나, 카톨릭계 여학생 기숙학교에 등록시킨 상태였다. 그리고 이 학교에 자신이 CIA 요원이고 잰은 법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소개했다. 혹시라도 자신이 아닌 누가 잰을 찾거든 절대로 사실대로 말해주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결국 잰은 4개월간 학교에 갇혀있다 집에 돌아오게 되었고 범인은 다시 한번 납치죄로 기소되어 감옥에 갔다. 그러나 심신미약으로 6개월간 치료 감호소에 있다 풀려났다고 한다. 



그 후 이야기 


  잰은 두번째 납치에서 돌아온 뒤로도 외계인이 준 '임무'에 대해서 의심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우연한 계기로 범인의 말이 거짓일 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품게 되었다. 결국 잰은 가족들에게 자신이 그간 범인으로부터 받았던 성적 학대를 전부 털어놓았다.

  2000년대 초, 잰과 잰의 엄마는 자신들의 경험을 책으로 펴내고 강연을 다니기 시작했다. 피해자의 심리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성학대와 범죄자들의 위험성를 경고하기 위해서다. 

  한편 범인은 잰의 강연장마다 따라다니며 잰을 공격하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과 잰은 당시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으며 잰과 그 가족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음해를 하기 시작했다. 결국 범인은 법원으로부터 평생 잰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잰을 협박하러 나타나기를 멈추지 않았다. 어느날 범인은 강연장 밖에서 잰을 보호하려고 지키고 있는 사람들을 차로 치는 등 다양한 죄명으로 다시 기소되었다.
  그러나 자신이 감옥에 가면 아동성범죄자라는 이유로 다른 죄수들에게 살해당할 것이 분명하다는 말을 동생에게 남기고,
재판이 열리기 전 자살했다고 한다. 

  잰은 1990년대부터 배우 일을 시작해서 TV드라마 <에버우드Everwood>, 영화 <아이언맨 3> 등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맡고 있다. 
  그리고 잰의 가족은 그 모든 일을 겪은 이후에도 서로에 대한 사랑과 신뢰를 깨트리지 않고 화목한 가족으로 지내고 있다고 한다. 




 

감상


  이 다큐를 보고 난 뒤 즉각 "이런 짓을 하고도 본인들이 직접 다큐에 출연해서 인터뷰를 하다니, 돈을 얼마나 받으면 그럴 수 있냐"싶었다. 
  돈으로 그들의 진심과 용기(사실 진심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용기는 확실히 인정해줘야 한다. 몰매 맞을 용기...)를 매도하려는 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그게 아니면 이 출연은 설명이 안 된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넷플릭스 공개 후 많은 평론가와 시청자들이 부모들이 과연 온전히 피해자이기만 하냐, 사상 최악의 부모다 등등의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나 역시 잰과 그 가족들이 겪은 비극의 시작은 범인일지 몰라도, 잰의 부모들이 상황을 악화시킨 책임이 아주 크다는 것 또한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건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 부모가 범인과 각자 불륜을 맺었다는 것은 그렇다 치자. 
  그렇지만 그 사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딸을 납치한 남자를 세상에 풀려나게 만들다니?
  그리고
그 이후에도 그 남자와 딸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고 둘 사이의 관계를 방치하다니?
  심지어 (그 엄마는)
범인과 불륜 관계를 지속하다니? 

  그 범인이 얼마나 교묘하게 자신들과 우호적인 신뢰 관계를 쌓으며 접근했는지,  당시에 자신들이 아동성범죄에 얼마나 무지하고 무방비했는지,
  그리고 모든 일을 알고 난 뒤 온 가족이 얼마나 힘들게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굳건한 가족이 되었는지, 
  부모들 자신뿐 아니라 잰과 그 동생들도 인터뷰에서 최대한 담백하게 말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잰과 그 동생들이 자신들의 부모를 진심으로 용서할 수 있었을까?(잰은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자신들을 용서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저도 부모님을 용서했어요'라고 말하긴 했다. 동생들도 마찬가지다.)
  또는 그 부모들은 정말 용서받을 자격이 있는 걸까?
 
 
  부모들은 자신들이 정말 어리석었고 잘못했다고 말하면서도, 70년대 사회는 아동성애와 아동성폭력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었다든가, 자신들뿐 아니라 마을과 교회의 커뮤니티가 모두 범인에게 속을 정도로 교묘한 사람이었다고 거듭 말하고 있다. 의도적이든 아니든, 사건의 디테일이 드러날수록 그 말들이 핑계로 들리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피해자인 잰뿐만 아니라 그 부모들마저도 존중하게 되고, 경외심마저 드는 것은은 그들이 가족을 지켰고 아직도 서로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점이다.
  이 사건을 겪으면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서로로 인해 받았을 상처와 원망이 얼마나 컸을지는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들다. 이들이 이 사건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다는 결말이 아니라는 게 더 의아할 정도이다.
  그러나 그들은 함께 버텼고, 서로를 용서했으며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영화 말미에 인터뷰어는 잰에게
 "당신은 범인을 용서했나요?"라고 묻는다. 
  잰은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저는 제가 용서하지 않으면 저를 둘러싼 감옥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 일로 인해 나는 힘든 시간을 겪었고 그런 일들이 나를 흔들지 않는 법을 익히게 되었어요"라고 대답한다. 

  용서를 구하는 대신 죽음으로 도망가버린 범인과, 살아남을 용기를 택하여 자신과 가족들을 용서한 잰. 
  비록 찝찝한 의문과 감정이
 많이 남을지라도, 좋은 고민을 하게 된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