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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백수/헐리우드이야기

셀마 블레어, 다발성 경화증 진단 후 레드카펫에 서다

  

다발성 경화증 진단 사실을 밝힌 셀마 블레어 

며칠 전 우연히 한 영상을 보고 놀라고 서글퍼졌다. 
헐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배우 셀마 블레어Selma Blair가 다발성 경화증 진단 사실을 밝힌 뒤 레드카펫 포토존에 선 모습이었다. 


영상은 베니티 페어 지 주최의 오스카 시상식 파티에서 오랜만에 레드카펫 포토존에 선 셀마 블레어의 모습이다.
지팡이를 짚고서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주 아름답고 당당한 모습이지만, 예전만큼 마음대로 가눠지지 않는 자신의 몸에 순간적으로 울컥했나보다.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는 곳에 선 자기 모습에 복잡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감정을 다스리는 동안 카메라 기자들이 촬영을 하지 않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기다려주는 것도 훈훈하고, 감정을 다스리고 난 뒤에 언제나와 같은 빛나는 눈빛을 쏘면서 멋지게 포즈를 취하는 셀마의 모습도 감동적이다. 

이 영상을 보고 나서야 셀마 블레어가 이미 작년 8월에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투병 사실을 공개했다는 것을 알았다. 

오스카 파티 후 지난 2월에는 abc <나이트라인>과의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병이 아주 많이 진행되었는지 예전과 다르게 대화와 거동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직업이 배우가 아니더라도 이런 모습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게 정말 쉽지 않았을 텐데 침착하고 덤덤하게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다발성 경화증이란? 

참고 : 다발성 경화증 위키백과 https://ko.wikipedia.org/wiki/%EB%8B%A4%EB%B0%9C%EC%84%B1_%EA%B2%BD%ED%99%94%EC%A6%9D

다발성 경화증은 신경계 질환으로 20~40대 사이에 주로 발병된다고 한다.
증상은 개인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그나마 흔하게 발견되는 증상 중에는 운동 장애 및 마비, 시신경 손상 등이 있다고 한다. 

영국의 유명 첼리스트였던 자클린 뒤 프레Jacqueline Mary du Pre(1945~1987)가 다발성 경화증을 알린 대표적인 케이스다. 
'영국의 장미'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던 자클린 뒤 프레는 15세에 데뷔하여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던 첼리스트다. 

자클린 뒤 프레는 활발한 활동 중이던 1971년 손가락을 비롯한 다른 신체 부위 감각에 마비를 느끼기 시작했고 1973년에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로 진단을 받기 전까지 드무나마 연주 활동을 이어갔지만, 점점 활을 들거나 첼로 케이스를 여는 것조차 무리라고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결국 자클린 뒤 프레는 1973년 2월의 연주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연주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이어서 1975년 전신이 마비되었으며 1987년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자클린 뒤 프레도 병 진단을 받기 전까지는 연주자로서의 자신의 실력이 쇠퇴한 것인가 생각하며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는데, 셀마 블레어도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 위의 <나이트라인> 인터뷰 등에서 비슷한 감정을 털어놨다. 

셀마 블레어는 첫 아이를 출산한 2010년 이후부터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점차 기억력이 감퇴하거나 대화가 힘들어지는 등 두뇌 활동에서도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해 준 의사는 없었고, 때로는 신경 쇠약으로 인한 증상이라는 진단을 받은 적도 있단다. 
결국 다발성 경화증이라는 진단이 나왔을 때는 그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안도의 눈물마저 흘렸다고.

똑같은 아픔도 원인이 분명할 때와 아닐 때의 크기가 다르다.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원인 모를 아픔이 오래 지속되면 타인은 물론 자기 자신도 의심과 답답함으로 고통스럽기 마련인데. 큰 병을 진단받고 안도감을 느꼈다는 표현을 하게 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지 참... 

 셀마 블레어의 삶과 출연작 

셀마 블레어는 주로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히트한 영화들에서 인상적인 조연을 맡아 기억에 남아 있는 배우다. 

어머 넘 예뻐

  • 1972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태어난 셀마 블레어는 유대계 법조인 부모 아래서 자랐다. 아빠는 노동 문제 전담 변호사고 엄마는 판사였단다. 

  • 1995년 데뷔 이후 다양한 조연을 맡아 연기하다가 1999년 개봉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Cruel Intentions>에서 사라 미셀 겔러와 라이언 필립의 장난에 놀아나는 천진한 '세실' 역으로 주목을 받게 된다.  

빅뱅이론의 쉘든맘이 여기서는 셀마맘이었네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예전엔 무매력이었는데.



이외에도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 <피너츠 송Sweetest thing> 등에 출연해서 다양한 연기를 선보였다. 

리즈 위더스푼 따돌리고 싶어하는 하버드 학생으로 출연.

리즈 위더스푼 옛 남친의 현 여친.

피너츠 송. 그땐 이런 영화 참 많이 나왔는데... 머리 비우고 볼 수 있는 영화의 소중함을 그땐 몰랐다.


그러나 아마 한국 대중들이 가장 잘 기억하는 셀마 블레어의 출연작은 <헬보이Hell Boy>인 것 같다. 

안 봤는데 꼭 봐야겠다. 너무 예쁘네.


예뻐서 한 번 더.

개인적으로는 2008년 방영된 시트콤 <캐스 앤 킴> 이후로 셀마 블레어의 팬이 되었다. 

<캐스 앤 킴>에 모녀로 출연한 몰리 섀넌과 셀마 블레어.


아마 이 시트콤을 보고 셀마 블레어를 좋아한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첫 공개 이후 원작이 방영되었던 호주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워낙 악평이 심해서 고작 9개의 에피소드 이후에 캔슬된 작품이다. 

(사족 : <캐스 앤 킴>은 호주에서 방영된 동명의 원작을 SNL 출신의 코미디언과 몰리 섀넌과 셀마 블레어 주연으로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원작은 호주에서 큰 인기와 호평을 얻었는데 NBC에서 방영한 리메이크작은 악평이 정말 심했다. 마음이 아플 정도. 원래 몰리 섀넌은 <윌&그레이스>에서 맡은 배역의 이미지 때문에 비호감이었는데 드라마가 너무 욕 먹은 게 안쓰러워서 이 이후로는 많이 좋아하게 되었다.)



드라마 자체는 확실히 많이 엉성했지만 이 작품에서 셀마 블레어가 연기한 이기적이고 버릇없고 좀 모자란 20대(!) 딸 역할은 너무 예뻐서 도저히 싫어할 수가 없었는데. (드라마에 대한 악평 중 '셀마 블레어가 캐릭터에 비해 너무 예쁘다'는 것도 있었다;) 

비록 아주 스치듯 나오는 카메오 출연이었지만 <프렌즈>에서도 셀마 블레어를 만날 수 있었다. 

'오클라호마에서는 혹시 내가 먹히는 거야?'

시즌 9 중 아리조나 주 툴사로 난데없이 전근 가게 된 챈들러를 유혹하는 직원 역.


위에 나열한 작품들에서도 그렇지만 셀마는 사실 이미지가 고정적인 편이다. 섹시하면서 차갑고 조금 못되거나 최소한 어디가 모자란 여성+감초격의 조연 역할이다. 
배우의 연기가 부족해서 그런 배역만 준다기보다는 여배우들의 캐스팅 기회가 워낙 외모가 풍기는 이미지에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라 그런 것 같다. 헐리웃이든 한국이든 그런 풍조는 바뀌어야만 하겠지만, 확실히 셀마 블레어의 외모는 아주 독특한 인상이다. 거뭇하고 탁한 듯 하지만 강렬한 눈빛,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 흔히 섹시하다고 여겨지는 굴곡있는 몸매가 아니지만 당당한 표정과 태도가 풍기는 분위기. 전보다 말이 눈에 띄게 어눌해진 인터뷰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찍은 사진에서도 그 아름다움은 변하지 않아서 보기가 좋다. 


2010년 아이 출산 이후로는 활동이 많이 뜸해진 것 같고 주로 아들을 번쩍 들고 다니는 파파라치 샷에서만 볼 수 있어 아쉬웠는데, 스타일 구경은 많이 했다. 배우 본인도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 의류 라인을 런칭한 적도 있다고 함. 

셀마 블레어는 당시 연인이었던 의류 디자이너 제이슨 블레이크Jason Bleick와의 사이에서 아들 아서를 낳았다. 아이 아빠와의 연인 관계는 끝나고 싱글맘으로 양육 중이라고 하지만 세 사람은 여전히 좋은 관계로 지내는 것 같다. 훈-훈. 




나이가 들수록 삶과 죽음, 생명과 건강같은 주제들을 어떤 식으로든 한번 머릿속에 떠올리게 되면 경건해진다. 
이런 고민을 더 건강했던 20대에 하지 못해 아쉽지만 30대 중반도 늦은 나이는 아니니까.
어떤 종류의 병이든 또는 단순한 노화라고 하더라도 나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찾아오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셀마가 앞으로도 열심히 연기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배우에게, 그것도 여자 배우에게 기업과 대중이 갖는 기대에서는 많이 멀어진 듯한 모습이지만 당당하게 건강하게 특히 배우로서 여전히 잘 사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