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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백수/옛날한국드라마

전원일기, 영남아(1985) 줄거리, 리뷰 및 배우 근황 2.


MBC 드라마 <전원일기> -  '영남아'(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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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가요, 우산 위에다 공을 올려놓고 뱅글뱅글 뛰어다니구요~"
금동이가 신나게 서커스 구경한 얘기 자랑 중.


"뱀처녀 봤어?....요?"
(미래의) 수남 엄마가 질문하려다 시어머니 눈치 보며 끝에 요를 붙임. 
눈치 빠른 일용엄마가 그럼 그래야지 시동생 대접해야지 하는 중. 

김수미 님 저때 40대 정도 되었으려나. 분장으로도 감출 수 없는 피부 탄력. 


뱀처녀 볼 돈은 영남이에게 주는 바람에 뱀처녀는 구경 못 했단 금동이 말에, 영남이가 아까부터 안 보인다는 것을 깨달은 어른들.


한편 일용이 부인 복길엄마는 갓난아기 복길이를 씻기며 예뻐하는 중.
복길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두 가지 중 하나인 복길이. 다른 하나는 돈. 

"어디 보자 우리 복길이 누구 닮아서 이렇게 코가 납작한지 몰라? 엄마를 닮지"
시어머니 마실 나갔을 때만 할 수 있는 속얘기. 

영남엄마가 영남이를 찾으러 다급하게 들어오는데 속없이 

"형님 얘는 누굴 닮아서 이렇게 코가 납작할까요?" 묻다가 
정신 없는 영남엄마에게 "누굴 닮긴 누굴 닮아. 애가 부모를 닮겠지."하고 핀잔만 들음. 


가족들은 영남이를 찾아 이곳저곳 돌아다니기 시작한다. 
수남 엄마는 들에서 청년들과 일하고 있던 남편에게 소식을 전하러 간다. 


집에서는 김회장과 노할머니가 금동이를 세워놓고 자초지종을 묻고 있다.
돈이 모자라서 영남이를 데려갈 수 없었다고 우물쭈물 설명 중인 금동이에게 
"아 우는 애를 놔두고 가버려?!" 하고 소리를 지르는 영남엄마. 

시어머니가 이제 존댓말하라고 했는데.. 이미 그딴 건 안중에 없음. 슬슬 정신을 놓기 시작한다. 


급히 집으로 돌아온 용식과 일용. 애 없어져서 숨 넘어갈 것 같은 애 엄마 앞에서 지리 공부하고 있음.

"가만 보자 잣골, 안골, 큰동네,"  "야 큰동네까지 갔겠냐"  "들넘이하고 제빗골, 그니까 여섯 동네지?"  "아니 다섯 동네지" 

"아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예요?????!!!!!!!!!!" 

내 한 소리 들을 줄 알았다. 


청년들은 아무리 일이 바빠도 애부터 찾자고 뜻을 모은 뒤 각자 잣골, 안골, 큰동네, 들넘이, 제빗골로ㅋㅋㅋㅋ 흩어져 떠난다. 

급히 회사에서 집에 돌아온 용건씨. 애가 없어졌다는 말에 어머니에게 크게 버럭한다. 즈이 엄마한테 동네 창피하게 싸우고 다니냐고 할 때는 언제고.



애타게 영남이를 찾아다니는 영남 엄마.
아무리 찾아도 아이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힘이 풀려 주저 앉아 울고 만다. 




결국 어두워진 뒤에도 아이를 찾지 못한 채 돌아오는 남편과 시동생 일행을 본 영남 엄마.

"당신 왜 혼자 와요?? 삼촌 왜 혼자 와요????? 영남아! 영남아아아.!!!!"하더니 쓰러져 실신하고 만다.





시어머니인 김회장댁은 쓰러진 며느리를 안고 울음을 터뜨리고, 노할머니는 손주며느리의 다리를 주무르며 말한다. 

"우리 집에 대대로 큰 재복은 없어도 큰 재앙도 없었느니라. 별일 없을 게야. 조용해라 조용히. 시끄럽다 울지 마라!" 

에구... 시어머니가 며느리 안고 우는데 내가 다 눈물이 나네. 금동이가 구석에서 죄인처럼 서있는 것도 마음이 아프고.


방안에서 염주를 잡고 기도 중인 노할머니.
일용엄마가 방안에 들어와서 저기 잣골 사는 박수무당에게 가서 애가 어딨나 물어봐야겠다고 입방정을 떨자 
"시끄러!" 
한 마디로 제압해버리심. 


눕지도 못하고 농에 기댄 채 잠이 설핏 들었던 영남 아빠는 길을 헤매는 영남이 꿈을 꾸고 번뜩 깨버리고,
영남 엄마 역시 자다가 실성한 사람처럼 문 밖으로 뛰어 나간다.


다들 방에서 잠든 시간 대문까지 영남이를 부르며 나가는 영남 엄마.

시어머니더러 소리 좀 질렀다고 창피하다고 하던 사람 누구신지요 손 좀 들어 보실까요

한편 속 편하게 자는 수남 엄마를 보면서 혀를 차는 수남 아빠. ㅎㅎ



결국 다음날이 오도록 소식은 없고. 

일용 엄마는 옷을 차려 입고 나서면서 일용이더러 삼천원만 달라고 한다. 
김회장네 식구들은 지금 경황이 없을 테니까 자기가 혼자라도 조용히 박수무당한테 가서 물어보고 오겠다고.

이럴 때일수록 이웃지간에 마음적루다가 부조를 해야 그게 사람된 도리라는 일용어머니의  가르침... 잊지 않겠습니다. 



혼자서 정처 없이 돌아다니는 김 계장(김용건). 정말 키가 훤칠하고 잘생기셨다. 
하지만 좌절하며 낮부터 혼쏘주를 까기 시작하고. 


영남이는 살아 있고 곧 돌아올 거라는 이야기를 듣고 일용 엄마가 달려와서 전하지만,
영남 엄마는 반가워 할 정신이 없다. 


"엄마 우리 영남이 영영 못 찾으면 어떡해?" 

막내딸의 말에 "시끄러워!" 단칼에 자르는 김회장댁.





그때 저 멀리서 다가오는 실루엣. 어제 그 아저씨와 영남이! 


아저씨에게 안겨서 들어오는 영남이를 보고 영남이 엄마는 쓰러지듯 바닥에 주저앉아버리고 할머니는 안도의 숨을 쉬며 염주를 쥔다.

"얘 이거 거머리띠 아니유?"로 시작하는 이호재 님의 명연기 시작. 

아버님 기일이라 송탄 가는 길에 버스를 탔는데 얘가 혼자 타더라, 보니까 애가 혼자 울다가 자기를 졸졸 쫓아 오길래 어쩔 수 없이 데리고 갔다는 말.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영남 엄마의 말.

"아무리 그러셨어도 아저씨 섭섭하네요. 아 지서에 데려다 주셨어야죠!"

아직 정신이 덜 돌아온 모양.




"아니아니 저 아주머니 정말 이상한 아주머니네? 지서에 안 간 줄 알아요?! 눈 뜨자마자 데려갔어요! 
순경 보자마자 웁디다!! 지서 주임이 미아 신고 들어온 것도 없구 하니까 좋은 일 하는 셈 치고 쟤 좀 데려다 달라는 거예요."

"아니 신고가 안 들어가긴 왜 안 들어가요~???"

"아유 얘 송탄까지 아직 안 갔지 얘~~"

"물에 빠져 준 사람 건져 준다니까 보따리 내놓으란다더니, 아주머니 그러는 게 아니예요!"

쟤가 아직 제정신이 안 돌아와서 그런다고 들어왔다 가라고 말리는 김회장댁과 일용엄마와 노할머니.

진짜 옛날엔 애 잃어버리는 거 금방이었겠다 싶다. 경찰에 아침에 실종 신고를 했는데 오후까지 다른 경찰서로 연락도 안 간다니... 



동생이 찾아와서 영남이를 찾았다는 말을 전하자 아이처럼 흑흑흑 울어버리는 김 계장. 

평소 장남의 책임감에, 대학 나온 지식인 노릇에 이런 모습 보이는 일이 없는 사람인데 얼마나 마음 고생이 많았으면... 



융숭하게 대접을 받고 한 잔 더 하라는 말에 이제 가봐야한다고 일어나는 아저씨.

"아주머니 애 좀 잘 보십쇼 허허허"

영남이가 혀짧은 소리로 안녕히 가세요 하는 거 무척 귀엽다. 



"엄마가 얼마나 찾았는 줄 알아?"하면서 아이에게 입을 맞추는 아들 내외의 모습을 보더니 

"할머니 계시는 데 너무 그러는 거 아니다"라고 단속하면서도 흐뭇한 김회장댁. 

"이제 자식 좋은 줄 알겄니?
느이는 하나다. 
아버지하고 나는 둘 빼구두 다섯 키웠다 다섯" 

하고 돌아서다가 금동이를 보더니 

"아니다, 여섯 키웠다"

금동이를 꼭 껴안아 주는 김회장댁. 

영남이의 모험 끝! 



  • '영남아' 편은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의 애끓는 마음을 주제로 한 에피소드다. 영남이를 잃어버렸다가 찾는 단순한 사건만 담는 것이 아니라, 막둥이이자 김회장이 주워 온 아이인 금동이 이야기를 담아서 펼쳐내기 때문에 더욱 좋다. 
    초반부에 고두심, 김용건 부부는 시어머니인 김혜자가 자식 일로 체면을 차리지 않고 동네 망신을 시켰다며 부끄러워하지만 정작 자신들도 아이를 잃어버리는 상황을 겪고 나자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 

  • 행복과 재앙을 대하는 태도도 인상적이다.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있듯, 재앙을 함부로 입에 올리지 말라는 금기는 익수가다. 
    영남이를 다시 찾지 못하면 어떻게 하냐는 막내딸의 걱정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라는 김회장댁, 박수무당에게 한번 가보자는 일용댁의 말에 평소에 잘 보이지 않는 호된 태도로 시끄럽다고 하는 노할머니, 혹시 아이가 물에 빠지기라도하면 어쩌냐는 숙이네 말에 그런 말 말라는 부녀회장 등 아이가 없어진 상황에서 모든 사람이 머릿속에 떠올릴 법한 불길한 상상을 조금이라도 입에 올리면 서로가 서로를 단속한다. 
    그런데 마지막 장면에서 영남이 부모가 영남이를 안고 너무나 반갑고 사랑스럽다는 듯이 대하자 '할머니가 계신데 그러는 거 아니다'라며 웃는 얼굴이지만 한 마디라도 하고 넘어가는 어머니 김혜자의 모습은 신기했다. 이건 행복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라 그냥 어른들 앞에서 크게 기뻐하지 말라는 건가?
    펄벅의 <대지>에서 오란과 왕룽이 자신들의 첫 아이를 보고 이런 행복을 얻게 된 것에 감격스러워하다가 갑자기 귀신이 자신들의 행복을 시샘할까 두려워 불행한 척하는(?) 말을 황급히 나누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런 생각의 연장인가 싶기도 하고. 

  • 영남이를 잃어버리게 한 범인이자 찾아 준 장본인으로 등장하는 배우 이호재 님은 유명한 연극배우이며, <검은 사제들>, <미스터 선샤인> 등에 출연한 분이다. 
    개인적으로 <검은 사제들>에서 이호재 님의 연기를 무척 좋아해서 한참 성대모사를 하고 다닌 자랑스러운 과거가 있어서 더욱 반가웠던 에피소드. 김윤석의 스승이자, 잠시 사망했다가 빙의된 채 살아나 병실에서 닭뼈를 와드득와드득 쪽쪽 빨아 드시는 신부로 등장한다. 

    치킨을 너무 맛있게 드셔서 이 영화만 생각하면 치킨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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