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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백수/옛날한국드라마

전원일기, 뚝배기같은 며느리(1982) 줄거리, 한국 전통 혼례 모습 1.

  • <전원일기> 98회 '뚝배기같은 며느리'(1982년 방영) 줄거리 및 시청 소감입니다. 
  • 전원일기는 TV 채널 KTV에서 평일은 매일 저녁 9시, 주말은 시간이 조금 다르고 하루에 여러 번 방영됩니다. KTV 편성표를 참고하세요.
  • 캡처는 유튜브에서 했습니다. 계정주 분이 요즘 뭔가 사정이 복잡하신 것 같고 다른 전원일기 업로더 분들도 계정이 하나둘씩 폭파되고 있다니 링크를 올리는 게 혹시라도 폐가 될까봐 하지 않습니다. 영상 속에 계정 이름이 적혀 있으니 영상 보고 싶으신 분들은 참고하세요.

추수가 다 끝난 계절. (실제 방영 일자가 1982년 11월 2일이다. 우리 남편 태어난 다음날이네.) 

김회장네 큰며느리(고두심)는 시아버지 신으실 구두를 열심히 닦고 있다.
김회장네 둘째 아들 용식(유인촌)은 좀처럼 입지 않는 양복이 어색해서 동생 영애(홍성애)와 할머니(정애란)에게 옷태가 어떤지 자꾸 묻는다.
모두들 신나고 들뜬 이 날은 일용이 결혼하는 날이다. 

일용은 전통 혼례로 결혼했다. 신부 집에 가서 예식을 올린 뒤 1~3일 정도를 보내고 신랑의 집으로 와서 폐백을 드리는 게 전통 혼례 절차라, 해당 에피소드에서는 본식은 생략되고 신랑 집에서의 폐백과 잔치만 직접 그려진다.

전통 혼례 의식 중 '친영'에 관해 알게 된 사실. 

극 속에서 등장하는 '친영'이라는 어휘를 많이 보긴 했지만 정확한 의미는 알아 본 적이 없어서 약간 찾아 봤는데 재밌는 이야기가 있더라.
자료를 아주 대충 읽고 이해한대로 정리하자면,  '친영혼'이라는 것은 중국의 풍습이고 '남귀여가혼'이 우리 민족의 오랜 풍습이란다. 

친영혼 : 신랑의 집에 신부가 와서 식을 치름. 신랑 신부는 식을 치른 당일에 서로 얼굴을 보는 상견례를 하고, 그날 밤 동침을 함.
남귀여가혼 : 신부의 집에 신랑이 와서 식을 치름. 신랑 신부는 식 당일에 동침하지만, 식 이후 3일간의 동네 잔치를 치른 뒤에 서로의 얼굴을 보는 상견례를 함. 오마이갓, 조상님쓰... 너무 망측해요.

조선 시대의 유학자들은 중국 풍습을 따르고 싶고, 남자가 여자 집에 가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동침 후 3일 이후에야 상견례를 치르는 것이 망측하다 해서 친영혼을 도입하려고 집요하게 노력했단다. 서경덕, 이황, 조식 등의 사대부 자녀들부터 친영혼을 시켜서 유행하게 만들려고 했다고. 그러나 민간에는 잘 정착이 되지 않고 두 풍습이 적당히 혼합된 식으로 발전했으며, 본래 신부가 신랑의 집에 식을 올리러 간다는 의미인 '친영'이라는 어휘만 원래 뜻과 다르게 오남용되었다고 한다. (참고한 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http://folkency.nfm.go.kr/kr/topic/detail/482)


오늘의 주인공 일용(박은수) 역시 안 입던 한복을 입느라 고생 중이다.
어머니(김수미)에게 대님을 매어 달라고 하니까 '이눔아 대님도 못 다는 놈이 장가를 가냐'는 핀잔을 주지만 어머니도 대님 매 주는 게 왠지 싫지 않은 느낌이다. 동네 일에 끼는 곳이 없는 부녀회장(이수나)이 와서 왜 아직도 안 가고 있냐, 얼굴이 폈다며 신랑을 놀린다. 


함께 신부 집에 갈 일용과 일용 친구들 및 마을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다.

일용 엄마는 용식에게 우리 일용이 옆에 서지 말고 멀찌감치 가서 서라고 농담한다. 너가 일용이 옆에 서 있으면 신랑보다 신랑 친구가 잘 생겼다고들 할 거라며. 다들 농담인 것처럼 웃지만 일용 모 말이 객관적 사실이라는 것을 저들도 알고 우리도 알고...
그러면서 응삼이는 어디 갔냐고 응삼이가 옆에 서라고 자꾸 찾는데 ㅋㅋㅋ 작가님 너무 한 거 아닌가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일용 옆에 설 자격이 충분한 모습으로 나타난 응삼씨 얼굴을 보니 그런 대본 안 쓸 수가 없겠다 수긍이 간다. 이발소 가서 한껏 꾸미고 오느라 늦었다는데 세상에 ㅠㅠ 양복은 또 왜 저렇게 큰 것인가 


본식 올리러 신부 집에 갈 땐 신랑 측의 여자 손님은 안 가나 보다.
캡처하지 않은 장면에서 김회장댁(김혜자)이 김회장(최불암)에게 나도 일용이 장가가는 것 보고 싶은데 왜 신식으로 안 하냐고 아쉬워하는 장면이 나오고, 이어지는 위 장면에서도 온통 남자들만 가려고 모여 있다. (근데 또 나중에 이 날 식 치르는 걸 보고 온 만수 엄마라는 사람이 식을 잘 치렀더라고 하더라는 장면도 나온다.) 

근데 이 장면에서 용식 옆의 저 분이 농담들 하는 사이에 같이 떠들다가 갑자기 스탭으로부터 가방을 받아 와서 자연스럽게 선다.
준비된 소품을 두고 나와서 촬영을 끊지 않고 그냥 저렇게 연결했나 봄. 
전원일기는 호흡이 워낙들 좋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원래 빡빡하게 촬영을 안 한 것 같기도 하고, 저런 애드립 및 촬영 중 실수가 자주 보이는데 그마저도 정겹다. 

저 배우의 얼굴은 정말 익숙한데 이름을 모르겠다. 이 분이 청년회 회원이자 일용 용식의 친구로 나왔었다는 것도 이 에피소드 보고 처음 알았음. 

아무튼 어머니와, 집안 어른처럼 모시는 김회장 모친께 인사하고 떠나는 일용.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들며 배웅하는 사이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혼자 아련한 표정을 감출 수 없는 일용 모.


아들이 가서 흉 잡힐 일이나 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이 태산인 일용 모. 김회장댁은 다정하게 손을 잡고 잘하고 있을 거라고 안심시켜 준다. 
저렇게 오리가 헤엄치는 장면으로 넘어가면서, 식 올리는 과정은 음성으로만 처리된다. 하하하 과감한 생략법. 


일용이 처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을 무렵, 일용 모와 김회장 댁은 두런두런 이야기 중이다. 
일용 모는 아들이 자기 성미에 안 맞는다고 사람들하고 싸우는 것이나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걱정. 일용이라면 그러고도 남는 성격이긴 하다. 

나는 일용이가 아니라 일용엄마가 걱정이라며, 이제 아들이랑 둘이 사는 게 아니니 아들한테도 이놈 저놈 하지 말고 새식구랑 의좋게 지내라고 당부하는 김회장댁. 
일용엄마는 나는 딸도 없으니 메누리다 생각 않고 딸이다 생각하며 살겠다고 한다. 본인 성미 못된 거 자기가 모르는 바도 아니고, 고약한 시어머니 소리 듣기 싫어서 잘 하려고 한다고. 
참을 인 세 개면 못할 게 없다고 한번 더 당부 당부 또 당부하는 김회장댁에게, 참으라는 얘기는 자신이 아니라 새로 들어 올 우리 메누리한테 할 소리라며 웃는 일용 모. 일용 처 불운한 인생에 대한 강력한 암시...! 
그나저나 방에서 저렇게 콩나물 기르는 것 말만 들었지 한번도 실제로 본 일 없다. 저렇게 길러도 콩나물 다듬기는 해야 먹었겠지? 맛도 없으면서 참 손 많이 가는 콩나물 너란 녀석. 


부녀회장 비롯한 동네 여성들이 찾아와서 내일 모레 신랑과 신부가 왔을 때 잔치는 어떻게 치르냐고 묻는다.
잔치 준비라 할 것이 뭐냐고, 요 콩나물이나 쥐어 볶는다고 농담하는 일용 모.
부녀회장은 부녀회에서 국수를 대접한다고 하고, 그 옆에 앉은 분이 메밀묵은 평소 일용에게 신세도 많이 졌다며 자기가 내겠다고 하고, 청년회에서는 술을 한다고 한다. 김회장네는 돼지 한 마리를 잡아 주기로 했다고. 

전원일기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깨알같은 정부 정책 홍보인데, 김회장댁이 '마음 같아서는 소 한 마리라도 잡고 싶은데 요새 하도 정부에서 돼지 먹으라고 해서 돼지 큰 놈으로 300근짜리 잡기로 했다'며 정부의 마음을 대변하는 대사를 놓치지 않는다. 잔칫날은 돼지고기가 맛있긴 하지.

부녀회장이  '과방은 누가 보냐, 야무지고 깨끗한 사람이 과방을 봐야 한다'고 하자 김계장댁(고두심)이 하라는 둥 부녀회장이 하라는 둥 이야기가 오간다. 그릇은 모자라지 않는지, 상은 우리집 상을 쓰라는 둥. 
과방이 무엇인가 찾아 보니, 큰일을 차를 때 음식을 차려 놓고 내가는 곳이란다.
결혼식 한번 치르는 데 동네 사람들이 서로 돕고 같이 걱정하고 고민해주고, 참말로 동네 큰 잔치다.

먼저 장면에서는 여성들이 모여서 잔치 음식 걱정을 했다면 이 장면에서는 남성들이 모여서 손님을 어디서 어떻게 맞이할 지를 의논한다. 

며칠 뒤. 청년회 방에 모인 일용의 친구들=양촌리 청년회은 다음날 일용이 친영 올 것인데 어디서 손님을 대접할 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고.

* 신랑인 일용의 집은 좁은데 상객들을 어디서 모시냐 → 우리(용식/김회장네 집) 집 안방에서 모시기로 함.
    (상객 : 높은 손님, 또는 혼인 때에 가족 중 신랑이나 신부를 데리고 가는 사람을 뜻하는 말이라고 함)

* 안내는 누가 하냐  그건 용진이 형(김회장 큰아들/김용건)이 함.
* 전별은 김회장이 함.
* (상객의) 안사람들(=여자 손님)이 올지도 모르니 용진의 방도 치워 놓기로 함. 
* 고기 칼은 내가(원식/미래의 김회장 막내 사위/전인택) 잡겠다
* 멍석 위에 차일은 어떻게 하냐 (차일 : 햇볕 가리는 천막, 차양과 같은 말)
* 좁은 자리인데 차일은 필요 없다. 
* (원식이 용식에게)부조는 용식이 니가 맡아라.  니가 해라, 나는 일이 많다 → 나는 숙수간 한다니까? 그리고 한자 휘갈겨 쓰는 거 어렵다. 


잔치를 준비하는 과정이 보이는 문답이라 세세하게 적어 보았다.
그나저나 세상에 이 장면에서 어쩜 그렇게 다들 담배를 뻑뻑 피워대는지 담배 연기가 빡빡하게 방안을 메워서 깜짝 놀랐다. 


아무튼 마지막에 씁쓸함? 부러움? 만감 교차하는 표정 짓는 용식. 


잔치 당일,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 있고 청년들은 폐백 올릴 멍석을 깔고 있다. 
폐백은 일용네서 하고 잔치는 옆집인 김회장댁에서 하는 모양. 두루마기 입은 신랑과 녹의홍상 곱게 차려 입은 신부가 대문으로 들어온다. 


마을 여자들도 모두 한복을 갖춰 입고 온 것이 신기하다. 일하기도 불편할 뿐더러 요즘 결혼식에선 신랑 신부의 여자 친척들도 한복을 잘 안 입던데. 이 영상의 유튜브 댓글에서 어떤 분이 '16:00, 한 젊은 여인이 지옥의 문에 들어서게 되는데...'라고 ㅋㅋㅋㅋ 정확히 맞는 말이라 웃기다. 


폐백의 의미 

폐백은 신부가 신랑의 부모에게 결혼하고 나서 처음으로 올리는 물건 또는 그런 일을 뜻한단다. 폐백은 신랑 쪽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덕담을 듣는 과정 자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폐백상 자체를 가리키는 말에서 의미가 확대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본래 폐백은 국가에서 지내는 제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제사나 예식에서 올리는 비단을 뜻하던 말이라고 한다. 



사람들이 일용이더러 사흘만에 반쪽이 되었다느니 신부가 예쁘다느니, 대놓고 얼굴 품평에 남의 집 침실 사정 간섭하는 사이 멍석이 깔리고.. 
일용이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떴다는 일용 아버지의 위패 앞에서 신랑과 신부가 두 번 절하며 부부로서 인사를 올린다.  




일용 어머니가 인사를 받기 위해 자리에 앉는다. 
수모가 신부가 따른 술잔을 받아서 그것을 일용 어머니에게 전한다. 며느리가 시부모에게 올리는 첫 잔이라는 의미가 큰가보다. 
일용 어머니는 선뜻 잔을 입에 대지 못하는 사이, 이웃 사람들은 절부터 받고 비우라는 둥 비우고 절 받는 거라는 둥 말이 많고.(잔 비우고 절 받았음.)
일용 두루마기 등짝에 처녀도둑이라고 써 놓은 낙서 주목. 

절 올리는 신혼 부부를 보면서 신부가 참 곱다, 일용 어머니 복받으셨다고 한 마디씩 축하하는 걸 잊지 않는 이웃들.
신랑 신부가 절을 마치자 일용 어머니가 밤인지 대추인지를 한줌 던진다. 
'첫 아들 낳으라고 하는 거야 이게'라며 나같은 시청자들을 위한 해설을 빠지지 않는다.
일용 어머니는 평소답지 않게 차분한 목소리로 아들과 며느리에게 '없는 집에 시집 와서 고맙다, 잘 살자'고 덕담을 한다.

일용 처 김혜정 배우님 정말 아름다우심. 코가 참 예쁘다고 늘 생각했는데 저렇게 옆모습으로 보니까 더더욱 코끝이 더더욱 오똑하다. 
저번에 올린 '영남아' 편에서 딸 복길이 코가 누굴 닮아 이렇게 납작하냐고 의아해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저 두 사람에게서 나올 수 없는 납작코이긴 하다. 옛날에 우리 엄마도 티비에 복길이 나오면 아이구 못생겼다 하면서 귀여워했는데. ㅋㅋ 귀여운 복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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