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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백수/옛날한국드라마

전원일기, 뚝배기같은 며느리(1982) 줄거리, 한국 전통 혼례 모습 2. 배우들 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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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뚝배기같은 며느리(1982) 줄거리, 한국 전통 혼례 모습 1.






폐백이 끝나고 마을 사람들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잔치가 열리고. 

안방에서는 신부 아버지(심양홍)와 신랑 아버지 대신으로 김회장이 잔치상 앞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다.
그 동안 여자 손님들은 다른 방에 모여서 신부를 앉혀놓고 음식을 먹는다. 신부 얼굴을 하나하나 뜯어 평가하며 콧망울 보기 좋다느니 귀가 크다느니 하는 양촌리 여성들. 
청년들이 음식을 내가는 동안 일용 어머니도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지만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모양이다. 





과방은 결국 김회장 큰며느리(고두심)가 보기로 했나 보다. 그런데 일용 모가 영남엄마에게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방에 들어가서 신부 말동무도 해주고 그러라고 함. 
금동이는 음식도 막 주워 먹고 심부름도 하는 것 같다. 뒤에서 국수 주세요~ 하면서 소리 지르고 있음.
일용 어머니 그렇게 기분이 좋으면 춤 한 번 춰 보시라는 부녀회장 말에 덩실덩실 춤을 추는 일용 어머니. 춤은 추고 있고 크게 웃음도 짓지만 사이사이 비치는 표정은 마냥 좋지만은 않은 듯 하다. 

금동이는 계속 국수 달라고 소리 지르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음. 금동이 진짜로 국수 갖다 줄 사람 있는 것처럼 계속 소리지르고 있는데 아무도 들어주지 않음. 




신부는 음식을 입에도 안 댄 모양인지 사람들이 얼른 좀 먹으라고 권하고 있다.
일용 모가 '얘야 얼른 먹어라~'하는데, 그래도 안 먹으니까 '시에미 말이 말같지 않냐'고 장난 삼아 호통치고, 그제서야 잡채 한 젓가락을 호로록하는 일용 처. 오늘은 장난이지만 평생 진심 담아 여러 번 듣게 될 호통.. 
김회장 큰며느리가 옆에서 살뜰히 챙겨 주는 것이 보기 좋다. 앞으로 평생 가게 될 우정의 시작을 목격하자니 훈훈하다. 



이제 집에 가겠다고 떠나는 신부 아버지. 뒤에 초가집 그림 배경 ㅎㅎ 
신랑 어머니와 신랑이 인사를 드리고, 신부 아버지도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드리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신부가 드디어 입을 열고 하는 첫 대사. 

"아버지!" 

울먹이는 딸을 위로하며, 이젠 여기가 네 집이니까 시어머니 잘 받들고 우애 좋게 잘 살라고 당부하는 신부 아버지... 뒤에서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신랑. 어머니에 대한 정이 남다른 일용이라 아내가 친정아버지를 배웅하며 우는 모습이 남다르게 보이나보다. 




손님들이 다 가시고 나서야 하루종일 잔치 돕느라 고생한 신랑 친구들이 잔치상 앞에 앉는다. 이 자리에 신랑 신부도 같이 앉아서 축배를 나눈다. 
신부더러 노래 한 번 해보라는 친구들의 말에 신랑이 먼저 노래를 시작하고 그제서야 쑥스러운 얼굴로 따라하는 신부. 
역시 결혼 첫날부터 강단이 남다른 여인... 


사이 좋은 오누이 영애와 금동은 밖에서 노랫소리를 들으며 괜히 기분이 좋고. 영애 금동 이 둘이 이렇게 어울리는 모습 나올 때마다 참 좋다. 금동이 누나도 몇 년 안 가서 시집 가는데(1985, '누나 시집 가' 편) 그 상대(원식)가 저 방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


동네 여성들은 아직 집에 안 가고 일용이네 안방에서 신부 집에서 보내 온 예단을 구경한다. 
보따리를 풀어 보니, 신부의 친정에서는 시어머니 두루마기, 버선, 심지어 밥상보까지 보내 왔단다. 자수도 직접 놓아서 보내는 것인지 수 솜씨가 야무지다고도 또 한창 칭찬하고, 일용 모더러 며느리 잘 얻었다고 축하하는 마을 사람들. 

일용 어머니는 오늘 고생했다며 마을 사람들에게 버선을 쥐어 준다. 자꾸만 건네는 일용 모에게 옆에 앉은 김회장 댁은 뭘 다 남을 주려고 그러냐고 말리는 중. 그런 김회장 댁에게 일용 어머니는 보따리 하나를 슬며시 밀어 놓는데, 저 빨간 보자기에 담긴 옷감은 김회장 댁을 주려고 자신이 따로 두어 감 끊어 왔다고 한다. 큰일 치렀으니 이제 쉬시라며 자리를 정리하고 동네 사람들은 일어 선다. 


전통 혼례에서 예단 

또 아주 대충 읽고 이해한 바를 간략하게 정리하자면, 예단은 신부가 결혼하면서 신랑 집에 갖고 가는 혼수 중 하나라고 한다.
그리고 혼수의 본래 의미는 신부가 앞으로 쓰게 될 옷감이나 생활품목들을 챙겨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 중의 옷감을 예단이라고 했나 보다. 
예단이 갖는 원래의 의미는 신부 자신이 결혼생활에서 쓰게 될 옷감이지만 위 장면에서도 보다시피 점차 신랑의 가족 내지 친척들에게 주는 선물도 포함하게 되었다. 또한 예단은 경제적 가치보다 정성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주고 받는 것이었다고 한다. 
(정보 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http://folkency.nfm.go.kr/kr/topic/detail/539)


위 장면에서도 예단으로 가져 온 물건들이 얼마나 꼼꼼하고 섬세하게 종류별로 갖춰졌는지를 두고 칭찬을 하는 모습을 보니 과연 돈보다는 정성을 더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다. 또 신부가 예단을 잘 챙겨 왔다=좋은 며느리다=시부모에 대한 축하로 이어지는 흐름도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나의 결혼식 때 예단 예물을 생략하기로 굳게 약속했음에도 결국 양가 부모님 중 한 분이 '그래도 이건 좀 아쉽다'며 미련을 못 버리시고 예고 없이 선물을 보내는 일이 발생했었다. 저런 장면을 보니까 과연 자식들 결혼에 아무런 선물도 주고받지 않는 것이 어른 세대는 익숙지 않으실 것 같다 싶다. 

한편 신방에 앉아 앞으로 잘 살자는 이야기를 나누는 중인 신혼 부부. 
친정 아버지랑 헤어져서 섭섭하쥬? 묻는 일용. 일용 처는 여전히 말없이 고개를 모로 돌리고 있고. 
일용은 처에게 '항상 어머니 마음 거슬리지 않는 쪽으로 해달라'는 것 딱 하나만 부탁하고 싶다고 말한다. 


정작 살면서 어머니랑 훨씬 더 많이 싸운 것은 일용이 본인이면서. 중간 역할 못하는 남편의 표본 이일용. 


떠들썩하게 손님들을 배웅하고 돌아서는 일용 어머니. 
"자냐?"고 아들 며느리 방 앞에서 묻더니 자러 들어간 아들 부부에게 괜히 "먹고 싶은 것 없냐"고 희한한 질문을 한다. ㅎㅎ 
그러자 며느리가 나와서 "어머니 저녁 문안 받으셔야죠"하는데 당황한 일용 어머니.
생각지도 못했지만 인사 받는 것이 싫지 않은 듯 하다. 
내일부터는 이런 짓 하지 말라는 말도 잊지 않았지만. 




인사를 마치고 자러 나가는 줄 알았던 며느리가 갑자기 농 위에서 이불을 번쩍 들어 시어머니 잠자리를 만들기 시작한다. 
일용도 일용 모도 이런 걸 주고 받아본 적이 없었는지 무척 놀라는 표정. 
그렇지만 이내 일용 어머니가 몹시 흐뭇한 표정을 짓고 일용도 피식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 나간다 .

자러 간 줄 알았던 아들은 어머니 방에 괜히 찾아 가서 "엄니 나 오늘 여기서 잘까?" 묻고. 어머니는 이런 미친놈 니가 미쳤나보다며 황당해하지만 싫지 않은 눈치다. 
아들이 어머니 손을 덥썩 잡고 '어머니 고생 많으셨소. 일용이 절대로 어머니 섭섭하게 안 할게요'하면서 물끄러미 어머니를 쳐다 본다. 

어머니 쓸쓸할까봐 걱정되는 마음이야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닌데... ㅎ ... 진짜 미친 새신랑같음.

이 에피소드에서 유독 일용과 일용 모 클로즈업 장면이 많다. 그때마다 일용의 저 독특한 눈빛 연기 정말 인상적이다.
말수 적고 성질 불같고 어머니에겐 불효자요 아내에겐 악부인 나쁜 남자 일용이라면 정말 저렇게 사람을 죽일 듯이 쏘아 보면서 진심을 전달할 것만 같다. 일용이가 박은수인지 박은수가 일용인지 분간이 안 됨. 




자기 방에 다시 건너 와서 잠옷을 입었지만 어색하기 짝이 없는 방 안의 공기.
일용은 괜히 신혼여행 안 가서 안 됐다는 둥 곧 한번 어디 가까운 데라도 가자는 둥 맘에 없는 소리 하더니 안 잘 거냐, 왜 거기 있냐고 묻는다. 
그때 입을 여는 일용 처. 

"저...."

"왜, 할 말 있어요?"

"이래요 저래요 듣기 싫어요. 말 내리세요. 징그러워요"


징그럽다는 게 요즘 말로 하면 오글거린다는 의미인가보다.
세상에 저 당시에 아내를 공경하고 존대하는 남편들이 얼마나 접하기 어려웠으면, 아무리 남편이라지만 이제 갓 만난 것이나 다름 없는 사이에 존댓말 쓴다고 징그럽다고 생각했을까? 

아무튼 내숭 없고 진솔하고 직설적인 일용 처 성격은 이 장면서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아들 방에 불꺼지는 걸 보고서야 자신도 잠을 청하려는 일용 모. 그렇지만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일용 아부지, 나 영감 없이도 아들 잘 키워서 내 메누리 봤소. 
이제 보슈, 봐.  아들 딸 주렁주렁 낳아서 살 테니.. 내가 이렇게 맘이 좋을 수가 없어. 영감 있으면 더 좋을 건디."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표정으로 죽은 남편이 들을 수 있기라도 한듯 넋두리하는 일용 모. 
항상 가볍고 경쾌한 동네 주책바가지 일용 엄마이지만,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일용 모가 살아 온 고생스러운 시절들과 아들을 결혼시키면서 성공한 인생을 살았다는 뿌듯함이 다 전해질 것만 같아서 나까지 눈물 나던 장면이다. 김수미 님의 명연기에 박수가 절로 나온다. 




시청 소감 주절주절. 

  •  80년대 중반엔 이미 전통 혼례는 거의 올리지 않았고 예식장에서 웨딩드레스 입고 올리는 신식 혼례가 일반화된 시대다.(극중에서도 김회장과 김회장댁의 대화에서 요즘 누가 전통 혼례를 하냐, 신부가 원한대서 한다지 않냐는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을 보면.)
    이 편에서도 전통 혼례 과정이 그려지긴 하지만 신랑 쪽인 일용의 집에서의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에 사실 본식 과정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다고 느낀다. 극 중에서 양촌리 내에서도 경제적 형편이 떨어지는 편으로 묘사되는 일용네가 치르는 전통 혼례라면 당시 기준으로 '그래도 결혼할 때 이것만큼은 해야 한다' 생각되는 과정만 보여주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방송사의 제작 환경상 약식으로 치르거나 변경한 것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그런 의미에서 우리네 전통 혼례 과정이 사라지는 과도기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재밌는 에피소드였다. 

  • 일용네 집에서 치르는 잔치인데도 마을 사람들이 남녀노소할 것 없이 함께 계획하고 행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나 자신도 아파트 옆집 사람과 통성명 한번 안 하고 살지만, 드라마 속에서 보이는 피보다 더 진한 이웃지간의 정이 훈훈하다. 나도 내 친구 아들 결혼식에 삼백 근짜리 돼지 한 마리쯤 사줄 수 있는 마음과 주머니를 갖고 싶다. 

  • 일용엄마(극 중 이름 김소담/김수미)는 유복자인 일용을 데리고 방물장수를 하며 떠돌다가 양촌리에 눌러 앉아 살게 된 사람이다. 지금도 싱글맘의 삶은 고달프고 힘들다고 하지만, 저 시절엔 얼마나 고생을 하며 아들 하나를 키워냈을까? 아내이자 며느리를 맞아들이는 이 두 모자의 마음은 기대 반 걱정 반이었을 것이다. 이후에 그려지는 일용네 상황을 고려하면 일용 처만한 복덩이가 없지만 저 때만 해도 알지 못했을 테고.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에서 김수미 님이 뿌듯함, 그리움, 행복감, 서러움 등 오만 복잡한 감정을 표현해내는 연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 일용 처는 이 편에서 어느 정도 안정된 형편의 친정에서 시집 온 것처럼 그려지는데, 나중엔 친정 사정이 너무 안 좋아져서 굉장히 마음 고생을 많이 한다. 친정 아버지는 아프고, 친정 오빠는 교통사고를 내서 감옥에 가고(?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아무튼 조카들을 키울 수 없는 형편이 돼서 친정에 보낸 것으로 나옴), 그 합의금을 마련하느라 친정 형편이 휘청휘청하게 된다.
    아버지랑 같이 온 사람이 친정 오빠인 걸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동생에게 조금씩이라도 용돈을 보태는 것으로 뒷바라지하는 얘기도 종종 나온다. 

  • 일용 처를 맡은 배우는 김혜정, 이 편에서 친정 아버지 역할로 출연하는 것은 심양홍이다.(존칭 생략..) 두 배우는 몇년 전 17년의 나이차이를 뛰어 넘은 소울메이트같은 사이라고 토크쇼에 함께 출연하기도 해서 재혼한 부부 사이라고 보도가 나기도 했고, 구글에서 서로가 배우자인 것으로 등록되어 있기도 했다. 그렇지만 오보인 것으로. 그냥 친한 사이로 잘 지낸단다. 

  • 심양홍은 이 에피소드 이후에도 다양한 역할과 나이로 전원일기에 출연했다. 내가 본 것만 해도 김회장 큰아들 용진을 학창 시절부터 괴롭히던 거머리 친구 역할, 독립투사의 후예인 것처럼 살았지만 알고 보면 친일파 아버지를 둔 동네 떠돌이 바보 역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