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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백수/옛날한국드라마

전원일기, 전화(1985) 줄거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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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일기, 전화(1985) 줄거리, 배우가 꼽은 가장 인상적인 에피소드.




전화가 때르릉 울리는 소리가 나면 집안이 들썩인다. 

전화 소리를 듣고 자기 방에서 총알같이 뛰어 온 금동이. 하지만 김 회장에게 걸려 온 전화다. 


오늘도 그 새가 찾아 왔나 이제는 기다리는 듯 내다 보는 김 회장 처.


김 회장은 전화로 모임에 나오라는 연락을 받았는지 멋있게 단장하고 읍내에 만나러 간다 .

물론 오늘도 할머니한테 마실 와서 맛있는 간식거리를 얻어 먹는 중인 일용 모.

큰손주며느리는 할머니 왜 오늘은 전화 안 하시냐고 묻는데, 노할머니는 답을 피한다. 

그 옆에서 일용 모는 나도 왕십리 조카한테 전화 한번 하고 싶은데 ... 하면서 아쉬워한다. 아무래도 전화번호 못 찾은 것 같음. 

그때 일용도 용식 방에 놀러 와 있었고, 간식을 넣어주는 용진 처는 일용에게 저 좀 잠깐 보시자고 그런다. 


김 회장 처는 앨범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중. 

으응 이 이가 난리통에 행방불명됐다는 오빠지~? 하면서 옆에서 일용 모도 같이 앨범을 본다. 


그때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화들짝 놀란 두 사람. 

김 회장 처가 받는데 김소담 씨를 찾는다는 말에 의아해한다. 

김소담 씨=일용 어머니. 아니 내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알고 전화를 걸어??? 이러면서 겁내는 일용 어머니. 

누구세요~? 

아아, 김소담 씨 되십니까~? 

엄니! 엄니 아들이유! 

전화를 걸 곳도 전화가 걸려 올 곳도 없는 어머니를 생각해서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준 것.

행복한 일용 어머니.




전화기를 만지작거리던 김회장 처는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데.

큰아들 용진에게 걸었다.

얘, 너희 외조모 제사가 내일이다. 너는 그래두 알고 있으라구.. 

아휴 정말 답답하고 안쓰럽다. 시어머니 남편 아들 며느리 손자손녀 봉양하면서 김 씨 집안에 청춘 열정 다 갖다바쳤는데 자기 어머니 제사라는 말 한 마디도 남편에게 못 하고 그저 장남에게만 살짝 알려주는 거. 


그때 작은 며느리가 들어와서 전화 한 통만 쓴다고 전화기를 갖고 간다. 

코디가 짱 예쁘다.


방에서 하던 바느질을 마저 하는데, 작은며느리가 제주도 친정에 전화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으응~ 엄마? 나 순영이~ 이거 우리 집 전환데 여기로 전화 좀 걸어요. 우리집 통화비 많이 나오니까~"

시어머니 경악.

충격. 아니 저 애가? 

얼른 나가서, 얘 그게 뭐하는 짓이냐고 사부인이 우리집을 뭘로 보시겠느냐고 꾸중한다. 

"에이 괜찮아요 어머니~" 하면서 방문을 닫아버리는 작은며느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것이 언제 철들라고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시어머니.

"엄마~ 우리 귤 좀 보내줘요. 응?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뭐~ 맛있는 걸로 보내줘요 응?" 

막내딸 응석을 잔뜩 부리는 며느리 말에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시어머니.

그러나 이내 미소를 짓는다. 


철딱서니 없지만 귀엽다는 듯, 저 애도 저희 엄마한테 응석 부리고 싶겠지 하는 듯 미소를 짓는 김 회장 처.  

이 회차는 김혜자 배우의 연기가 내내 감탄을 자아내지만 이 장면은 대사 한 마디 없이 마음이 다 읽히는 연기가 정말 놀라웠다. 
철없는 며느리 꾸중하는 시어머니였다가 이내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딸의 마음이 다 그렇지 하고 웃음짓는 김 회장 처의 심리 묘사가 정말이지 탁월하고, 그만큼 마음도 짠해진다...

낮에 읍내에 갔다가 밤늦은 시간까지 들어오지 않는 김 회장.

잔뜩 취해서 아들에게 부축받아 들어오는 길이다. 그 와중에도 봉지에 뭔가 담아 들고 오는 김 회장.

그러면 그렇지 어머니 드릴 찐빵이다. 

길 가다가 찐빵을 봤는데 어머니 생각나서 사왔다고, 식기 전에 드시라고 강권하는 아들. 잠자리에 무슨 찐빵인가 싶지만 기특한 어머니.
아들과 모친 깨볶는 와중에 짜증이 있는대로 난 며느리. 

김 회장은 아내 속도 모르고 어머니에게 말한다. 

"어머니 오늘 만난 최 주사가요, 제가 어머니 이렇게 모시고 살고 있는 게 정말 부럽다고 그래요."

옆에서 그 얘기 듣는 아내 심정은 도무지 생각을 못 하나? 

아니 본인은 어머니에게서 나고 자라 이렇게 어머니가 극진하고 귀하면, 뭐 아내는 땅에서 솟았나 나무에서 열렸나 왜 아내 부모님 생각은 못 해? 

좋으시겠다 노할머니. 찐빵 먹고싶다. 


그래도 아내 줄 귤은 따로 챙겨서 사 온 김 회장. 

양말 벗겨주는 게 아들인지 아내인지도 모르고, "이놈 이건 너희 엄마 줄 거야 이놈아~" 이러구 있다... 지금 귤이 다 뭐냐구요. 분위기 좀 파악하시라구요.

무척 리얼한 달밤 하늘 묘사. MBC 미술팀 화이팅.

남편은 술이 취해 잠들었는데 마루에 나와 생각에 잠겨 있는 김 회장 처.

늦게 들어온 작은아들이 어머니를 보고 왜 아직 안 주무세요 하니까 그제서야 오늘이 너희 외조모 제사라는 이야기를 하는 김 회장 처.

"얘, 캐나다에도 나물이 있겠지?"

"할머니께서 나물을 좋아하셨어요? 

.. 그럼요 캐나다에도 한국 사람들 많이 산다는데 나물 있겠죠."

"그렇지? 캐나다에도 나물이 있겠지?" 


"늦었다 이제 자거라"

하면서 들어가시는 모습... 너무 쓸쓸하고 눈물난다. 

하지만 아직도 잠을 못 이루는 김 회장 처. 

남편은 술이 취해 누가 업어가도 모르게 자고 있다. 

전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수화기를 들어 다이얼도 누르지 않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보세요? 거기 옥천이 고향인 김** 씨 계세요? 계시면 좀 바꿔주세요."

"몸집이 자그마하시고 옥천이 고향이신 김** 씨 좀 바꿔주세요. 그 분이 우리 어머니예요."

"김** 씨 찾으시면요, 막내딸 은심이가요, 아들 딸 낳고 손주들 보고 잘 산다고 좀 전해주세요."

"아들 딸 다섯 낳고 잘 산다고, 걱정하지 마시라고 좀 전해주세요. 은심이가 잘 산다고, 보고싶다고 좀 전해주세요."


"어머니 보고싶다고 좀 전해주세요.."

아내의 목소리에 깨서 당신 잠꼬대 하느냐고 묻더니 말없이 이불을 덮어주는 김 회장... 


<전원일기> 중에서도 가끔 이렇게 김 회장 처가 중심이 된 에피소드가 나오면 그렇게 늘 눈물을 쏙 뺀다. 그 중에서도 '전화' 편은, 직접 만나지 않아도 누군가와 이야기할 수 있는 신기한 물건 전화기를 보면서, 이 전화라면 돌아가신 어머니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린아이같은 생각에 젖는 김 회장 처의 모습이 너무 마음 아프고 찡하다. 

전화가 언제쯤 일반 가정에 보급되었을까 궁금해서 찾아 보다가 발견한 기사와 자료. 

https://www.mk.co.kr/news/it/view/2008/11/670484/

http://www.much.go.kr/L/CzMqzS3NRu.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