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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백수/해외드라마

힐하우스의 유령, 결말 해석 (스포 조심)

넷플릭스 드라마 <힐하우스의 유령>은 모든 것을 완전하고 분명하게 설명해주는 친절한 드라마는 아니다.
그러나 시청자들의 상상력을 아주 조금만 발휘하면 (그리고 리뷰 등 관련 글을 열심히 뒤진다면) 많은 궁금증이 해소될 수 있을만큼 해석의 실마리는 충분한 작품! 이번엔 <힐하우스의 유령> 결말의 의미와 작품의 설정에 대한 해석을 간략히 소개해보겠다.


※ 스포일러 및 개인적 의견 주의! 



빨간 방의 정체 

빨간 방the red room이라고 부르는 이 방은 크레인 가족들 중 누가 어떤 도구를 갖고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던 방이다.

이 방의 정체는 에피소드 10 중 '넬'의 독백에서 해명이 된다. 


크레인 가족의 아빠가 망치를 들고 와도 열리지 않던 빨간 방의 문은 사실 모두에게 열려 있었던 것이나 다름없다.
사실 크레인 가족들은 각자 이 방에 들어와서 자주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만 그 방이 빨간 방이라는 사실을 몰랐을 뿐이다. 
이 방은 힐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을 집어삼키기 위한 마력을 발휘한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든 그 사람이 원하는 모습대로 자신의 모습을 바꿔 가며 사람들을 현혹한다. 위 캡처에서 알 수 있듯 이 방은 스티븐에게는 게임방, 셜리에게는 가족실, 테오에게는 춤을 연습할 수 있는 마루가 깔린 댄싱룸, 루크에게는 나무 위의 집, 넬에게는 장난감방, 그리고 엄마 올리비아에게는 책 읽는 방이었다.

이 가족은 힐하우스에 갓 이사온데다 이곳은 워낙 많은 방이 있는 커다란 집이기 때문에, 가족들 중 누군가가 집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하면 자기가 아직 모르는 어딘가에 있는 방이라고 생각하거나 또는 어린아이들의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그 모든 방들은 결국 전부 빨간 방이었다. 그리고 빨간 방의 실제 모습은...

이렇게 까만 곰팡이가 잔뜩 끼어있는 방이었다. 끄악! 

빨간 방은 살아있는 집의 위장처럼 그 희생양이 될 사람들을 집어삼키고 싶어하고 그러기 위해서 자신의 모습을 계속 바꿔가며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그 방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서서히 힐하우스의 힘에 잠식되는 것이다. 


빨간 방에 대한 숨겨진 힌트 - 벽면의 창문 

제작진은 빨간 방에 거의 알아차리기 힘든 힌트(?)를 몇 가지 숨겨 놓았다. 첫번째 힌트는 아마 가장 눈치채기 쉬운 것일 텐데(난 몰랐음!) 벽면에 있는 창문이다. 


저 길쭉한 창문은 가족들이 각자 빨간 방에서 보내는 시간들마다 화면 한가운데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었다. 이곳은 사실 빨간 방이다!라고 외치고 있었던 셈이다. 


 힐하우스에 사는 유령들은 누구인가

윌리엄 힐은 어릴 때부터 정신병이 있어서 병원에 보내졌는데 그곳에서 파피 힐을 만나고 둘은 결혼했다. 둘 다 정신질환이 있는데 결혼하다니 파국을 약속한 시작. 

윌리엄 힐은 (아마도 저택에게 삼켜져서) 자신의 죄책감과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지하실에 벽을 쌓아 스스로를 가두어버리고는 그 안에서 죽은 뒤 유령이 되었다. 크레인 가족의 쌍둥이 중 한 명인 루크는 이 집에서 놀다가 우연히 발견한 윌리엄 힐의 중절모를 자기 방에 두었다. 그날 밤 루크의 방에 모자를 찾으러 대머리 귀신의 모습을 하고 나타났던 윌리엄 힐은 평생 루크를 따라다닌다 .

파피 힐은 1920년대의 플래퍼 룩을 하고 나타나는 여자 유령이다. 이 작품 모든 유령 중 최대 흑막이기도 하다.
사악해서 미친 건지, 미쳐서 사악한 건지, 아님 힐하우스의 악마적 힘에 의해 이렇게 된 건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용서할 수 없는 인물. 바로 이 여자가 크레인 가족의 엄마인 올리비아에게 거짓된 불안을 심어서 결국 미쳐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저택의 영향으로 이미 서서히 정신줄을 놓기 시작한 올리비아에게 파피 힐은 바깥 세상의 무서움으로 당신의 아이들을 잃을 수도 있다고 세뇌한다. 그리고 아이들을 보호하려면 아이들이 힐하우스 안에서 죽어 영원히 이 안에서 (유령으로) 살게 해야 한다고 믿게 만든다. 


헤이즐 힐은 윌리엄 힐의 동생이며 이 집의 소유주이기도 했다. 저택 관리인으로 등장하여 크레인 가족에게 힐하우스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더들리 부인이 돌봤던 환자이기도 하다. 헤이즐 힐은 올리비아에게 파피 힐은 거짓말쟁이라고 경고하지만 올리비아는 그 말의 의미를 알지 못하고...(이하 생략 흑흑) 

휠체어를 탄 아이는 윌리엄 힐과 파피 힐의 아들이다.

루크는 힐하우스에서 애비게일이라는 친구를 만나서 놀았다는 이야기를 가족들에게 하지만 가족들은 상상 속 친구라고 생각하며 믿지 않는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아마 루크가 귀신 들린 집에서 귀신과 만났나보다 생각하게 되는데 사실 애비게일은 상상 속 인물도 유령도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아이였다. 관리인인 더들리 부부는 마음 아픈 유산과 저택에서의 무서운 일을 겪은 뒤 애비게일을 보호하기 위해서 집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단단히 당부하곤 했는데, 엄마아빠가 일하러 간 사이 밖으로 빠져나왔던 애비게일이 루크와 만나서 놀게 된 것이다.
힐하우스에서의 마지막 밤 올리비아는 루크, 넬과 함께 '티 파티'를 하러 가자며 방문을 여는데 운 나쁜 애비게일은 하필이면 그날 아이들의 방에서 함께 자고 있었다. 그리고 올리비아가 파피의 꼬임에 넘어가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사실은 죽이기 위해) 따라 준 차를 가장 먼저 마시고 죽는다. 

그 외에도 힐하우스에는 수많은 유령들이 살고 있는데... 정확히 몇명인지, 그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영원히 알 수 없을지도. 또는 시즌 2에서 설명해줄 지도. 

 '목 꺾인 여자'와 넬의 가슴아픈 이야기 

역사적 첫 등장


'목 꺾인 여자'로 불리는 귀신은 가장 먼저 등장하는 힐하우스의 유령이자 가장 마음 아픈 이야기와 얽혀 있는 유령이며, 이 이야기의 중심축이기도 하다. 특히 에피소드 5에서 밝혀지는 '목 꺾인 여자'의 배경 이야기와 그 반전에 놀라는 한편 슬픔 때문에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는 이야기들을 하는데 나 역시 그랬다. 

어린 넬이 이 저택에 이사 온 뒤 목 꺾인 여자 귀신을 만난다. 넬이 성인이 된 이후까지 고통받는 수면 중 마비 증상은 바로 이 목 꺾인 여자가 나타날 때 찾아오는 것이다. 정신과 약, 심리 상담 등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이 문제 때문에 수면 클리닉에 찾아간 넬은 거기에서 사랑하는 남편이 될 사람을 만나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나면서 다시금 큰 슬픔과 좌절에 빠진다. 결국 자신을 둘러싼 집의 저주를 풀겠다며(?) 찾아간 힐하우스에서 넬은 엄마인 올리비아의 유령(또는 올리비아의 모습을 하고 나타난 파피 힐의 유령)을 만난다. 엄마가 건네는 목걸이를 목에 찬 넬은 엄마가 이끄는대로 발코니에서 뛰어내리고 이로 인해 밧줄에 목이 꺾인 채 죽는다. 그 순간 넬의 눈앞에 떠오르는 것은 힐하우스에 처음 이사 온 당시, 그리고 그 외에도 자신이 목 꺾인 여자를 마주쳤던 모든 순간들의 자신의 모습이다. 즉 어린 시절부터 넬을 괴롭혀서 결국 죽음에 이르게 만든 '목 꺾인 여자' 귀신은 넬 자기 자신의 유령이었던 것. 

'힐하우스의 유령 에피소드 5를 보고 난 뒤의 나'


과연 해피엔딩인가? 

에피소드 10에서 가족들은 모두 힐하우스로 돌아간다. 그리고 자신들이 떠났던 날 그대로 남아 있는 저택의 유령들을 마주하고, 각자의 공포와 죄책감이 담긴 악몽을 꾸다가 눈을 뜬 뒤 빨간 방에 들어간 자신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넬의 유령이 하는 이야기들로 인해 서로를 용서할 실마리를 얻게 된다. 아버지는 올리비아와 넬과 함께 저택에 남는 것을 선택하며 빨간 방에 들어가고, 남매들은 힐하우스를 뒤로 하고 저택에서 나온다.
남매들 각자의 문제가 해결되는 듯한 이후 전개가 이어진 뒤 나오는 마지막 장면에서 루크는 중독을 극복한 지 2주년이 된 것을 축하하는 케익 앞에 앉아 있고 가족들은 그를 진심으로 축하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이 장면이 사실인지 아니면 환상인지에 대해서 다양한 해석이 분분했다. 모든 것이 해결되고 다들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는 듯한 이 장면에 대해 환상일 거라고 의심하는 사람들의 근거 중 하나는 루크의 케익 색깔이 빨간색이라는 점이다. 

과거 시점의 빨간방에서 발견되는 빨간 소품들

빨간 방에 갇힌 상태에서 남매들이 각각 꾸는 꿈에서 발견되는 빨간 옷들.

저택의 무서운 힘의 근간인 빨간 방과 관련된 장면에서는 항상 빨간색을 한 소품이 등장하도록 한 것이 이 작품의 수많은 숨겨진 공식 설정 중 하나다. 이 빨간 방에서 보는 것은 모두 현실이 아닌 환상이라는 건데, 루크의 케이크가 빨간색이라는 게 의도된 설정이라면 아마 남매들은 저택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유령으로 떠돌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해석에 대해서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실제로 루크의 축하 파티 장면에서 비춰지는 뒷 벽면에 (빨간방의 상징인) 길쭉한 창문을 낼 지 아닐지에 대해서 오랜 시간 의논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 잔인한 것 같아서 생략했다."라고 밝혔다고 한다.


<힐하우스의 유령>에 대해서는 나만 알기 아까운 이야기들이 워낙 많다. 다음번엔 결말 외에도 <힐하우스>에 얽힌 이야기들을 써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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