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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백수/해외드라마

힐하우스의 유령, 다 알려지지 않은 유령과 이야기들.(스포)

  ※ 스포 주의!

  

  

 <힐하우스의 유령>에는 유령만큼이나 숨은 이야기가 많다

 요즘 <힐하우스의 유령> 관련 글만 너무 많이 쓰고 있나 싶긴 한데 사실 블로그를 개설해야겠다 생각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것이었다. 내 주변엔 아무도 안 보는 드라마를 나 혼자 너무 좋아해서 혼자 파고 파다 보니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너무 많아! 그래서 요즘 이렇게 쓸 공간이 생겨서 기쁘다는.. 그런 얘기다. 

아무튼 작년에 나온 넷플릭스 드라마 <힐하우스의 유령> 시즌 1은 총 10부작이고 드라마 한 시즌으로는 물론이고 에피소드 한편 한편이 완결성 있는 이야기라고 느껴질 정도로 탄탄한 배경 설정이 돋보인다. 시청자의 몰입감을 한층 끌어올리는 촬영과 연출도 훌륭했다. <힐하우스의 유령> 팬이라면 관심 있을만한 이야기들을 모아서 풀어볼까 한다. 


 숨어 있는 유령들은 몇 명일까

처음 <힐하우스의 유령>을 봤을 때 스포일러가 될까봐 아무런 정보도 읽지 않고 에피소드 10까지 몰아보기를 마친 뒤 관련 기사를 찾다가 정말 깜짝 놀랐었다.

드라마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유령들이 서너번 등장한 건 봤는데 수십개의 장면에서 유령들을 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줄을 잇고 있었던 것.


덕분에 2회차 정주행으로 가장 빠르게 돌입한 드라마가 되었다. 귀신을 다시 다 찾아야 되겠어서... 더 본다고 덜 무서워지지도 않더라.
작년 10월쯤에 기사 나왔을 때만 해도 유령이 나오는 장면은 33개 정도라고들 했었는데 오늘 찾아보니까 더 늘었다. 감독은 아직 아무도 다 찾은 사람이 없다고 했단다... 악마다 악마 


사실 이 주제로 독립된 문서를 하나 더 쓰려고 했었는데 일일히 찾아서 캡처하고 편집하려고 하니까 너무 무서워서 도저히 못하겠더라... 대신 아래 영상을 참고해 주시길. 





"불을 두 번 깜박거리면 돌아와" 


이 집에 갓 이사 온 크레인 남매는 넓은 정원에서 맘껏 뛰노는데, 아이들이 밥 때가 되거나 돌아올 시간이 지나도 들어오지 않을까봐 올리비아는 아이들과 약속을 한다. 현관의 불을 두 번 깜박거리면 집으로 돌아오라는 것. 

그리고 성인이 된 넬이 드디어 자신의 공포와 마주하러 힐하우스 앞에 도착했을 때, 아무도 없어야 할 힐하우스의 현관 불이 두 번 깜박인다. 

http://winterswake.tumblr.com/post/179393230550/come-home-nell-the-haunting-of-hill-house-1x02



 루크와 7 

어린 루크는 '목 꺾인 여자' 귀신 때문에 무서워하는 넬에게, 무서울 때면 일곱까지 세라고 말해 준다. 가끔 너무 무서울 땐 여러 번 세야 할 수도 있다면서. 모두 7명인 크레인 가족을 떠올리게 해서 가슴이 찡해지고, 성인이 된 루크가 일곱까지 세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서 한 번 더 찡해지는 장면이다. 



그런데 가족의 인원 수가 일곱인 것만이 아니라 루크와 넬의 침대도 일곱 발짝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루크야 ㅠㅠㅠㅠ


그리고 에피소드 10의 마지막 장면에서 루크가 마약을 끊은 지 2주년이 된 것을 축하하는 장면에서 새로운 일곱명의 크레인 가족을 볼 수 있다.

 


에피소드 6의 기막힌 롱테이크 샷

시즌 1의 에피소드 6은 유난히 연극같은 느낌이 드는데, 알고 보니 한시간짜리 에피소드가 총 5개의 롱테이크 샷으로 이뤄져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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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긴 테이크는 무려 17분. 
이 에피소드를 촬영하기 위해 무려 5주 동안 대역 배우들과 촬영팀이 사전 연습을 했고, 실제 배우들이 찍는 데에는 5일이 걸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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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 찍을 때는 아역들이 대기하고 있다가 잽싸게 성인배우들과 자리를 바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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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유령 중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인 '목이 돌아간 동상'은 이런 눈물 겹고 귀여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것이었다! 

에피소드 6을 찍은 뒤에 가졌다는 축하 파티. 

  

 유령들에 대한 못다 한 이야기 

힐하우스에 사는 유령들 하나하나가 각기 자신의 사연이 있을 것 같지만 가장 중심이 되는 유령들은 '힐' 가족이다. 

스크리밍 미미(Screaming meemies) 파피 힐, 그 남편인 대머리 귀신 윌리엄 힐, 죽어서도 침대를 떠나지 못하는 헤이즐 힐, 그리고 휠체어에 앉아 휠체어로 벽을 두드리는 파피와 윌리엄의 아들이 그 유령들이다.
이들에 대해 드라마 내에서 직접 설명을 해주는 역할은 주로 관리인인 더들리 부인이며 그들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하는 장면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분명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을 듯한 가족들이다. 

알고 보니 감독과 제작진들은 이 '힐 가족'에 대한 스토리를 작품 안에 넣기 위해 퍽 정교하고 구체적인 수준까지 이야기를 다 짜 놓았으나 제작비용과 시간의 한계 때문에 미처 다 풀지 못했다고 한다. 그 점이 가장 아쉬운 것 중 하나라고.

얼마 전 발표된 <힐하우스의 유령> 시즌 2 계획에서 플레네건 감독은 시즌 2에서는 더 이상 크레인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지 않을 거라고 밝혔다고 한다. 그 가족은 이미 겪을만큼 겪었다면서. 동감하는 바이다. 이대로 그냥 해피엔딩이라 생각하게 내버려둬 주세요. 


'힐 가족'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가 없다. 특히 힐 가족에게 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이 수년 전 제작 단계에서 작가진에 관여했었다고 밝힌 레딧 회원이 이들 힐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레딧에 올렸다.
이 이야기의 신빙성에 대해서 레딧 내에서도 말은 많지만 대체로 꽤나 믿을만한 이야기이며 어떤 사람들은 심지어 이 회원이 마이클 플래내건 감독 자신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더라. 
(해당 유저 Count to Seven이 레딧에 올린 <힐 하우스의 유령> 관련 글들 https://www.reddit.com/user/count_to_seven/posts/)

이러나 저러나 꽤 흥미로우면서 믿을만한 이야기라 간단히(! 이게 정말 간단한 버전이다.) 소개를 해 보자면, 


  • 힐 하우스는 제이콥 힐이 건설한 저택이다. 그는 대공황 시기에 닥친 재정 문제로 좌절해서 자신이 지은 이 저택 지붕 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 제이콥 힐은 두 아이가 있었는데, 아들인 윌리엄 힐과 딸인 헤이즐 힐이다. 
  • 윌리엄 힐은 어린 시절부터 정신질환을 앓아 정신 병원으로 보내졌는데, 부모들은 아이가 사립 기숙 학교에 갔다고 주변 사람들에게 둘러댔다.
  • 파피 힐은 버지니아 주의 큰 담배 농장주의 딸이었고, 윌리엄과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부터 정상이 아니었다.

  둘은 가족에게 버려져 정신병원에 감금된 처지로서 동병상련을 느꼈고 빠르게 가까워졌다. 둘의 만남은 결국 결혼까지 이어졌지만 병이 나은 것은 아니었다. 

  • 윌리엄 힐이 병원에 있는 사이에 아버지가 죽고, 힐 하우스는 윌리엄의 여동생인 헤이즐 힐이 맡아서 관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딸에게 가문과 유산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했던 아버지 때문에 힐 하우스의 공식적인 소유주는 윌리엄이었다. 
  • 윌리엄과 파피 부부는 퇴원한 뒤 헤이즐의 가족과 함께 힐 하우스에서 살기 시작했고, 윌리엄 부부와 헤이즐은 곧 서로 심한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 파피 힐의 아이가 불행한 죽음을 맞이한 채 발견되었고 파피는 헤이즐이 범인이라고 의심했지만 증거가 없었다. 
  • 그러는 사이 윌리엄은 실종되었는데, 소문에 의하면 윌리엄이 저택에서 일하던 하녀와 불륜을 저질렀고 그 사이에서 난 아이가 윌리엄을 찾아왔었다고 한다.
  • 윌리엄이 어디로 갔는지에 대해서 무수한 소문이 있었지만 사실 윌리엄은 지하실에 벽돌을 쌓고 스스로를 가둔 채로 사망했다. 
  • 윌리엄의 사망으로 헤이즐과 그녀의 아들이 이 저택을 이어받을 것처럼 보였지만, 헤이즐의 아들 역시 실종되었다. 사람들이 한참 뒤에 그 아들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는 이미 지하실에서 오랜 시간 동안 쥐에게 뜯어 먹힌 뒤였다. 
  • 헤이즐은 자신의 아들을 죽인 것이 파피라고 의심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증오했고, 서로가 서로의 아이를 죽인 범인이라고 굳게 믿으며 힐하우스에서 죽을 때까지 살았다. 


 

힐 가족의 음산하고 슬프고 마음 아픈 이야기. 시즌 2에서 못 볼 모양이니 힐 가족의 영혼은 어딘가를 떠돌고 있겠구나. 2020년 시즌 2 빨리 와주라! 

귀염둥이 루크와 헤이즐 힐 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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