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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백수/해외드라마

원데이 앳 어 타임, 시즌 3으로 캔슬 발표와 시청자들의 분노

넷플릭스에 <원데이 앳 어 타임One day at a time> 시즌 4는 없다  

<원데이 앳 어 타임>은 얼마 전 시즌 3가 공개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트콤이다.

이 드라마는 쿠바계 미국인 가족을 중심으로 해서 십대들의 동성애 및 성정체성, 성차별, 인종 차별, 우울증, 불안 장애, 싱글맘, 약물 중독 등 아주 다양하면서도 기존 가족 시트콤에서 깊이 있게 건드리지 않았던 주제들을 다루면서 의미있는 작품으로 시청자들과 평론가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며칠 전 발표한 바에 따르면 <원데이 앳 어 타임>은 시즌 3을 끝으로 더 이상 넷플릭스에서 방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원데이 앳 어 타임> 시즌 4 캔슬을 알리는 넷플릭스 트위터 공식 계정.


 

<원데이 앳 어 타임>은 왜 캔슬되는가 

헐리우드의 TV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시즌제'라고 부르는 방식에 따라 방영이 결정된다.
제작사가 드라마를 사전에 제작하면 방송사가 이를 사들여서 방영하는데, 해당 드라마가 충분한 시청률을 보이면서 경제적인 가치를 증명하면 다음해에도 드라마를 구입해서 방영하는 것이다. 

문제는 모든 좋은 드라마가 항상 모두에게 사랑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시의성있으면서도 논란있는 주제를 훌륭한 퀄리티로 담아내지만 대중적 인기가 부족한 드라마도 있고, 특정 계층의 시청자들에게 열광적인 팬덤을 이끌어낸 드라마인데 전체 시청률은 낮은 경우도 많다. 

결국 방송사가 드라마 방영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시청률, 즉 광고 수익 등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가치다.
<원데이 앳 어 타임> 캔슬을 결정한 넷플릭스 역시 '충분하지 못한' 시청률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히고 있다. 


캔슬 발표에 이어진 시청자들의 분노 

넷플릭스의 <원데이 앳 어 타임> 캔슬 발표 이후로 미국의 시청자들은 '배신'당한 기분으로 '분노'를 느낀다고까지 표현하며 거센 반발을 하고 있다. 나도 화가 났다!! 

시청자들뿐 아니라 여러 언론들이 <원데이 앳 어 타임>의 방영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와 함께 넷플릭스의 결정이 실망스럽다고 말하고 있다. 

참고 칼럼 
https://www.vulture.com/2019/03/netflix-one-day-at-a-time-cancellation-twitter.html
https://variety.com/2019/tv/columns/one-day-at-a-time-cancellation-netflix-column-1203163712/ 
그 외 많은 매체들이 화났음. 


이러한 반발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넷플릭스가 말하는 '충분하지 못한' 시청률의 책정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방송국들이 시청률 집계 결과를 공개하는 것과 달리,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방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예외적으로 시청률을 공개한 경우는 빠른 시간 안에 아주 많은 시청자들이 해당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 즉 시청률을 공개하는 것이 더 큰 시청자들을 끌어모으는 효과를 낼 수 있을 때뿐이다. 예를 들어 작년 말 넷플릭스가 제작하고 방영한 산드라 불럭 주연의 <버드 박스>의 경우가 그랬다. 

이런 상황에서는 시청률이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다음 시즌 방영을 하겠다는 건지, 그 시청률은 (<원데이 앳 어 타임>은 미국 시트콤이니까) 미국 시청자들 대상으로 조사한 걸 기반으로 하는지 아니면 전세계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등의 정보가 전혀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불만과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 결정이 실망스러운 이유 중 제일 중요한 것은 <원데이 앳 어 타임>의 존재가 갖는 의미 때문일 것이다. 

<원데이 앳 어 타임>에는 여느 시트콤처럼 멍하니 보고 있자면 기분이 몰랑몰랑하게 편안해지는 안락하고 유치한 삶도 없고, 폭소하게 만드는 유머도 없다.
하지만 바로 그런 점 때문에 가치를 인정받고 사랑받아 온 드라마다. 시청자들의 집안과 직장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문제들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하지만 충분히 무게있게 끄집어 내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논란의 소재들을 거침없이 다뤄 왔고, 그런만큼 시청자들은 이 드라마가 자신들의 삶을 대변하고 마음을 어루만진다고 생각하며 사랑해 왔다.
더욱이 넷플릭스는 무지막지하게 많은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하면서 늘상 자신들의 지향이 바로 이런 메시지를 갖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 있다고 분명히 어필해왔다. 모든 방송국과 프로그램이 정치적으로 완전 결벽할 필요는 없다는 게 개인적 생각이지만, 적어도 시청자로서 보기 불편하지 않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재미를 동시에 챙기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서 칭찬받아 온 넷플릭스이기도 하다. 
그런 넷플릭스가 시청률을 이유로 <원데이 앳 어 타임>을 캔슬하다니... 터무니 없는 노잼 컨텐츠는 꾸준히 방영하고 만들어내면서. 나도 화난다고! 



캔슬을 막기 위한 제작진, 배우, 그리고 팬들의 노력 #SAVEodaat

사실 <원데이 앳 어 타임>이 캔슬될 수도 있다는 2월에 시즌 3가 공개된 직후부터 꾸준히 나왔던 이야기라고 한다. 

이 드라마의 제작 및 각본을 책임지고 있는 글로리아 칼데론 케레트Gloria Calderon Kellett는 트위터를 통해, 드라마가 충분한 시청률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 시즌 4 방영을 할 지 확실하지 않다면서 팬들에게 열심히 영업을 하기도 했다. 

드라마의 주연을 맡고 있는 리타 모레노Rita Moreno와 저스티나 마샤도Justina Machado 등도 트위터는 물론 토크쇼에 출연해서 드라마 영업을 할 정도로 캔슬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를 해 왔다. 


<비지 투나잇>이라는 E!의 토크쇼에서는 진행자 비지 필립스가 넷플릭스 본사 앞에 '시즌 4 만들어달라'라는 현수막을 단 비행기를 띄우면서 응원하기도 했다.

눈물겨운 노력에도 불구하고 캔슬이 확정된 지금, 드라마의 제작진과 배우들은 넷플릭스의 결정에 아쉬움을 표하는 동시에 이 드라마를 방영해 줄 새로운 방송국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팬들도 이들을 응원하면서 소셜 미디어를 통해 #SAVEodaat(<원데이 앳 어 타임>(약자 ODAAT)을 구하라)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과연 팬들의 사랑이 <원데이 앳 어 타임>을 구할 수 있을까? 

위에서 설명했듯 미국의 드라마 제작 시스템은 제작사가 드라마를 만들어서 방영 담당인 방송사에게 판매하는 형식이라서(나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비록 넷플릭스가 <원데이 앳 어 타임>을 더 이상 사지 않겠다고 결정했다고 해도 다른 방송국이 나서서 시즌 4 이후를 방영하겠다고 결정하면 충분히 이 사랑스러운 가족의 남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드라마 중에는 열성 팬들의 지지가 캔슬된 드라마를 살린 경우가 많다!

NBC에서 2009년부터 방영되던 <커뮤니티Community>는 전체 시청률은 낮아서 시즌 3 이후 캔슬이 발표되었다.
그렇지만 팬들의 열과 성을 다 한 #sixseasonandamovie('6시즌과 영화 한 편'이라는 뜻으로, 드라마 등장인물 아벳의 말을 인용한 문구) 해시태그 운동으로 연장에 성공했고, 시즌 5에서 다시 한번 캔슬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펼쳐진 팬들의 캠페인으로 NBC가 아닌 야후! 스크린에서 한 시즌 더 방영한 뒤 종영했다.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폭스 채널에서 방영되던 시트콤 <브루클린 나인나인Brooklyn Nine Nine>은 시즌 5 이후 캔슬이 발표되었는데, 이 소식에 들불처럼 일어난 팬들의 극성(?) 덕분에 하루만에 NBC가 이어서 방영하기로 결정했고, 시즌 6부터는 NBC에서 방영 중이다. 

헐리웃 스타들도 <원데이 앳 어 타임>을 살려야 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위에서 말한 <비지 투나잇> 외에도 뮤지컬 <해밀턴>의 스타 린-마누엘 미란다, <원데이 앳 어 타임> 시즌 3에 카메오 출연을 하기도 한 <브나나>의 멜리사 푸메로, 스테파니 베아트리즈, <퀴어 아이>의 카라모까지 많은 유명인들이 <원데이 앳 어 타임>을 응원 중이다. 


부디 시즌 4 연장 결정되길! 넷플릭스가 아닌 메이저 네트워크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려서 방영되었으면 좋겠다. 아니, 리타 모레노의 활약을 더 볼 수만 있다면 어디서든 제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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